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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찾아주는 도깨비

킴토끼 2024. 6. 12. 21:41

 

이제야 쓰는 거지만.

작년에 나는 기존에 10년 정도 낀 귀걸이를 잃어버렸고,

올해 초에 새해가 된 기념으로 귀걸이를 샀었다.

 

엄마가 선물해 준 소중한 귀걸이였고,

한결같은 취향 아래 비슷한 디자인으로 골랐기에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며칠 뒤, 귀 뒤로 딸깍하고 고정하는 부분의 연결이 약한지 고리가 열린 걸 발견했고,

설마 잃어버리는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두려움에 떨며 꼭 눌러 끼웠었는데,

기어코 회사에서 한쪽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침에 출근했을 때는 있었는데, 점심시간에 나가려고 보니 없었던 거라 회사에서 잃어버린게 확실!)

 

나는 속상해하며 이틀정도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찾으러 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러고 주말을 보내고 안되겠다싶어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물건 찾아주는 도깨비를 불러보기로 했다.

조금 웃기긴 했지만, 그만큼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청포도 젤리봉지가 집에 있었기에 이걸 제물이라 생각하며 거실 테이블에 올려뒀고,

눈을 감고 마음 속으로 도깨비를 부르며 청포도 젤리 봉지 하나를 다 줄테니 제발 찾아달라고 빌었다.

 

그러고 다음 날, 웃기게도 드럼세탁기 입구 고무틀에서 귀걸이가 나왔다.

 

근데 이게 왜 여기서 나오지?

그렇게 회사를 돌아다녀도 안보이더니!

그 먼 출퇴근거리 대중교통을 뚫고,

세탁기에 들어가기 전 나의 검수도 통과해서

세탁기 안에서 다른 옷에 또 걸려서 못보게 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눈 앞에 떡하니.

이게 이렇게 나온다고?

 

누군가는 그냥 여태 발견을 못했던 거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나는 이 수 많은 과정을 거쳐 내 눈 앞에 갑자기 이렇게 나타난거라면 도깨비가 찾아준게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날 나는 청포도 젤리 봉지를 뜯어 테이블 위에 그대로 둔 채로 기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

 

 

어쩌면 부작용.

 

나의 착각인지는 모르겠는데,

며칠동안은 거실에 누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자려고 누워있는데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지는 그런거.

 

(괜히 무서우니까 남기자면 지금은 안느껴짐)